흙사람 2
차옥혜
움트는 새싹 앞에서
갓난아기 키우는 어미다.
말라비틀어지거나 벌레 먹은
줄기와 잎과 열매 앞에서
애가 잦는 어미다.
초록 잎새 무성하여도
가뭄과 장마가 아니어도
마음 못 놓는 어미다.
잘 익은 열매를 거두고도
근심 많은 어미다.
<동서문학, 1996년 여름호>
차옥혜
움트는 새싹 앞에서
갓난아기 키우는 어미다.
말라비틀어지거나 벌레 먹은
줄기와 잎과 열매 앞에서
애가 잦는 어미다.
초록 잎새 무성하여도
가뭄과 장마가 아니어도
마음 못 놓는 어미다.
잘 익은 열매를 거두고도
근심 많은 어미다.
<동서문학, 1996년 여름호>
차옥혜
낙엽이 낙엽을 덮어주며
마른 풀들이 마른 풀들을 껴안으며
빈 나뭇가지들이 빈 나뭇가지들을 바라보며
서로를 위로하고 있는
적막한 겨울 들판이
적막한 겨울 숲이
적막한 나를 품는다
쓸쓸한 겨울 들이
고요한 겨울 숲이
뿜는 시리고 찬 은은한 빛이
쓸쓸한 내가
고요한 내가
읊는 시에
따뜻함으로 서린다
<창작 21, 2016년 가을호>
차옥혜
누구의 기쁨이 서리꽃 되어
산을 덮었나
누구의 슬픔이 서리꽃 되어
호숫가 숲을 품었나
삶이 죽음을 죽음이 삶을 껴안아
서리꽃 나라 눈부셔라
겨울길만 헤매도
남루하여 자꾸만 몸 가려도
서리꽃 아닌 목숨이 어디 있으랴
서리꽃 아닌 넋이 어디 있으랴
서리꽃이 서리꽃을 부르며 웃고 있구나
서리꽃이 서리꽃을 어루만지며 울고 있구나
<소나기마을 2012년 여름호> <경기PEN문학 2014년 재수록>
출처: https://okhye.tistory.com/186 [차옥혜 시인의 블로그:티스토리]